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동네
상태바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동네
  • 한기완
  • 승인 2019.04.22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춘 여기 어디우꽈? 3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을 중심으로 제주에는 마을을 이뤘다. 옛날에는 식수가 모자라 먼 곳에서 물을 떠다 먹던 동네보다는 물이 솟아나는 곳이 인구가 많고 번성했었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가 그런마을 중에 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 서쪽 일주도로(1112번)를 따라 외도를 지나 하귀리와 이웃하는 마을이다. 꽃샘추위에 지난밤도 진눈깨비가날렸는데 오늘도 어제 못지않은 날씨다. 확 트인 일주도로를 달리며 다시 가고싶은 마을 찾아가는 드라이브는 출발부터 신바람이 절로 난다.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기 위한 흥분이 몰려온다.

하귀 번대동으로 오름과 통하는 옛길따라 들어갔다. 구엄 교차로로 들어가면 더 편하고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에 다녔던 시골길의 운치가 더할 것 같은 마음에 들어가는 방향을 바꿨다. 마을 안은 몇 해 전보다는 확실히 많이변해 있다. 고급스러운 초현대식 전원주택과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의 동거는 어색하지만, 그 나름대로 멋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아직 밭에는 수확하지 않은 채소들이 널려있고, 수확을 하고 난 밭에서 이삭을 줍는 노인 얼굴에서 수확의 포만감보다 애타는 농심이 더 보인다. 수산 저수지는 1960년에 준공하여 식량 증대에 막대한 공헌을 하였다. 20여년 전에는 유원지로 개발하여 놀이기구와 유락시설이 들어서서 성황을 이루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제방 건너편에는 그때 흔적이 을씨년스럽게 방치돼있는 것이 아쉬움이 더한다.


수산저수지와 물메오름 조화로움이 극치

뚝 사이로 몇몇 민물 낚시꾼들의 모습도 보인다. 넓은 호수 위로 반사되는 오름과 숲속에 숨어있는 한옥으로 지어진 한국불교 법화종 대원정사도 어렴풋이보인다. 그리고 4백년 묵은 곰솔이 우아한 자태를 뚝 건너편에 뽐내고 있다. 수산저수지를 감싸 안은 물메오름이 병풍처럼펼쳐있는 것이 조화로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남동쪽으로 제주에는 드물게 펼쳐있는 초대형 수산저수지가 자리하고 있고, 조선 시대에는 통신수단인 봉수가 정상에위치하여 도두봉수와 고내봉수를 연결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 산상에는기우제를 올리던 치성 터가 있을 정도로예로부터 영산이라 불려왔다고 전해온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에 불을 지핀 곳이 제주올레이다. 제주 올레 16코스는 고내포구에서 시작하여 신엄포구, 구엄을 거쳐 물메오름을 지나 광령리까지 이어진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올레꾼들이한 두 명씩을 짝을 이루어 지나가지만, 그들의 떠난 그 자리에는 한적하기만 하다.

태고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물메오름, 만겁의 세월동안 수많은 삶을 품어온 오름은 언제나 드넓은 가슴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한쪽에 울어대는 새와 풀벌레의 소리는 마치 용솟음치는 모든 생명의 심장박동으로 들린다. 저 소리 주인들의 삶도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별반 차이가 없을 것만 같다.

탐방로를 따라 산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사철 푸름을 간직한 낙락장송, 그 고고한 기풍을 자랑하는 곰솔과 숲을 만난다. 늘 청정한 소나무의 모습은 수산리 옛 선비의 모습이 닮아있고, 그 숲에 묻어있는 작은 흔적들은 이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수산저수지를 빠져나와 예원동으로 향하는 길에는 토지 경계를 이루는 제주 특유의 현무암 돌담이 단아하고 청아하게 보인다. 바람 많은 제주에서 큰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돌담이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 걷는 것도 나름대로의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예원동으로 가는 길에는 수산저수지로 흘러들어 가는 수산천 옆으로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는다. 한라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은 이곳 바위틈에서 세상에 나오는 '큰섬지' 물이다. 예전에는 수량이 풍부하여 설촌과 더불어 주민들이 마시는 물로 사용하여 왔으며, 심한 가뭄에도 샘이 마르지 않아 인근 마을에서까지 이 물을 이용하여 식수로 해결하였다고 한다. 특히 수산봉 서쪽에는 새섬지, 동쪽에는 공섬지, 명새왓섬지가 있어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이곳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예원동에 도착했다. 예원동은 제주의중 산간 마을처럼 큰 마을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고 평범함이 오히려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새롭게 신축한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오래된 슬레이트지붕과 현대식 전원주택, 그리고 오래된 역사를 대변하듯 아직 파괴되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마을 곳곳에 꽃과 나무가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예원동 마을 중심부에는 팽나무 두 그루가 수호신처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이 마을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물메오름 앞으로 안개 덮인 한라산과 그 주변으로 올록볼록한 오름 그리고 수산리 이 평화스럽게 펼쳐있는 모습은 마치 극락세계를 보는 듯하고, 하늘을 품고있는 넓은 호수는 우리에 삶의 세상사를비추는 거울처럼 보였다. 수산리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정을 나누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기완 기자 / hankiwan@hanmai.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