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숲속에 숨겨진 비경과 아픈 역사를 돌아볼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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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숲속에 숨겨진 비경과 아픈 역사를 돌아볼수 있는 길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8.0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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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숲속의 비밀을 간직한 한라산 둘레길 입구 풍경.
밀림 숲속의 비밀을 간직한 한라산 둘레길 입구 풍경.

  제주 올레가 해안의 절경과 민가의 소박함을 보여주는 길이라면 한라산 둘레길은 밀림 숲속에 비밀의 숨겨졌던 비경과 역사를 만끽 할 수 있는 숲길이다. 이 수려한 경관을 따라 산림휴양과 생태체험,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4·3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길이다.

  표고버섯 재배지를 벗어나면 제주사람들 삶의 터전인 숯가마 터를 만날 수 있다. 겨울철 난방을 위해 숯을 생산하던 곳으로 직경 7m, 높이 1.2m의 종 모양으로 쌓아 만든 숯가마 터는 흙과 돌로 축조했으며 정상부에 직경 30cm의 굴뚝과 입구에 30∼60cm 정도의 화입구를 만들었다. 숯을 굽는 일은 가마터 고르기, 나무 쌓기, 불 지피기, 숨골 막기, 숯 생산 순으로 진행되며 보통 두세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한다. 한라산에 산재해 있는 숯가마 터는 1940년경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70년대 초까지 목탄 연료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오랜 세월 속에서 풍파를 겪은 가마터는 일부가 유실됐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곳에서 희망을 품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이 번 나오는 숯을 팔아 돌아오는 부모 제사 비용을 마련해야지", "이번에 숯이 잘 되면 그것으로는 우리 부모님 위해 약 한 첩 해드려야겠다."…… 이 가마터를 지키며 잡초처럼 살다간 사람들이 애환이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옛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어렸을 때 들었던 어른들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신선한 공기가 숲속이 편안함을 더하고 산속의 새소리가 아름답다. 산중에 미물도 졸린 눈을 비비고 내려와 제 살림을 꾸미느라 분주하다.

  바람과 함께 탐방객들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낸 듯 정갈하다. 바람도 잦아들어 나뭇가지 잎사귀도 울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분주한 새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이 바람이 탐방객들의 땀을 씻어내듯이 마음의 번뇌도 함께 털어 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늘을 향해 치솟은 삼나무 군락지가 탐방객들을 반긴다. 낙우송과에 속한 상록 침엽교목으로 키는 45m 이상 자라고 둘레는 4.5∼7.5m이다. 나무는 피라미드 같은 모양인데 가지가 줄기를 빙 둘러 빽빽하게 나고 옆으로 뻗는다. 특히 삼나무는 흔히 동아시아에서 조림용이나 정원, 길가의 식수용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제주에는 감귤원을 조성하면서 방풍림으로 이용하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나무가 되었다.

  산을 굽어보듯 서에서 동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조성한 추억의 숲길이 나온다. 추억의 숲길은 서홍동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으로 한라산 해발 450∼800m의 국유림 지역으로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다.

  숲길 내에는 참나무, 편백, 구상나무, 삼나무 등 약 1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노루, 오소리, 족제비, 다람쥐 등 수천 종의 동물(포유류, 조류, 파충류, 곤충)이 살아가고 있다.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선조들이 왕래하던 한라산 옛길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면서 시민의 건강증진과 역사문화 학습장으로 숲길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추억의 숲길에 들어서니 탐방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오색빛깔 찬란한 등산복 차림의 탐방객들은 화려한 복장으로 초록의 숲길을 물들이고 있다. 숲은 모든 사람의 마음의 치유를 위해 사람들을 숲속으로 불러들이는 것만 같다.

  참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 삼나무 군락지를 벗어나니 다시 편백나무군락지로 들어선다. 편백은 측백나뭇과로 흔히 노송나무라고도 부른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곧게 자라는 이 나무는 피톤치드를 제일 많이 발산하여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마도 추억의 숲길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 역시 편백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산색, 물색, 바람 소리 그 어느 하나도 예사로이 볼 일은 아닐 듯 산을 굽어보듯 서귀포 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으로 이어지는 한라산 둘레길은 한라산의 신령스럽고 영험함이 넘치고 어머니 품과 같은 길이다.

  한라산 둘레길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바위와 땅 위로 올라온 나무뿌리에는 이끼가 낀 곳이 많다 보니 이 길에서는 반드시 몇 가지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신발.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한다.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었다가 미끄러져 안전사고를 당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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