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과 골목사이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예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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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골목사이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예동산'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8.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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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예원동 마을 전경 모습.
제주시 애월읍 예원동 마을 전경 모습.

  제주시 애월읍 예원동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인적이 뜸했던 길이다. 올레 16코스가 개통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오가면서 이곳에 아름다운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수산저수지를 주변으로 경치가 빼어난 곳곳에는 전원주택뿐만 아니라 펜션이 좋은 목은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제주의 마을들은 한라산을 향해 있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자연 풍광과 어울려 그 속에서 함께하고 있다. 자연을 벗 삼고 마을길을 걷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제주시 애월읍 예원동 농로 길에 들어서자 수확이 끝난 밭에는 다음 작물을 준비하느라 농민들이 손길이 분주하기만 하다. 퇴비를 실어 나루는 트럭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는 처음 맞는 순례객이 코는 역겹겠지만, 이 냄새가 우리에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있지 않을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은 우리에게 답을 준다.

  예원동에 도착했다. 마을 북쪽에 '예동산' 이란 지명이 있어 예원동이라 불린다고 한다. 예원동은 제주의 중 산간 마을처럼 큰 마을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고 평범함이 오히려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새롭게 신축한 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과 현대식 전원주택, 그리고 오래된 역사를 대변하듯 아직 파괴되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마을 곳곳에 꽃과 나무가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예원동 마을 중심부에는 팽나무 두 그루가 수호신처럼 나란히 서 있다.

예원동 마을 중심부에 100년 가까이 된 팽나무는 가고 오는 사람들에 쉼터이다.
예원동 마을 중심부에 100년 가까이 된 팽나무는 가고 오는 사람들에 쉼터이다.

  높이는 약 15m, 둘레는 3m가 되는 된 팽나무는 싱그러운 초록빛을 내 뿜으며 가고 오는 사람들에 쉼터를 제공해 주는 이 나무는 무려 100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 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며 앉아 있는데 저 멀리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 곁으로 걸어서 오신다.

  "어디서 오는 사람들이요?" 우리 일행에게 묻는다. 그 할머니는 말동무가 필요한 것 같았다.

  누가 물어보지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 과거를 풀어놓는다. 가난하고 자신보다 어린 신랑에게 시집온 그녀가 하루 먹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시집생활은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린 새댁의 몸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남편을 두고 5년 동안 객지에 나가 돈을 벌다 들어왔다고 했다. 집에 들어 와보니 어린 남편은 많이 자라있었지만,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활동은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런 삶에 회의도 많이 느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하자 마음이 편안하고 다시 자식들을 보면서 삶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다보니 자식들도 나름대로 다 성공 시켜 구십 평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어르신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이 말하고자 한 핵심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가장 잘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삼별초와 제주불교의 만남

  수산리 예원동에서 항파두리 아래 길인 중산간 도로(1136번)에 들어서자 소나무가 우거진 항파두리성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위치한 항파두리는 고려 시대 때 삼별초를 이끌고 온 김통정 장군이 항파두리에 주둔하여 대몽항쟁을 위해 최후까지 항전한 유서 깊은 곳이다.

  당시에 고려가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삼별초 군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큰 절을 창건하여 부처님의 천수 천안에 의지하여 가피를 기원하였을 것이다. 그런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항파두리와 이웃하고 있는 극락오름에는 삼별초 군대가 큰 절을 창건하여 던 절터가 있다고 한다. 항파두리 성 아래에 위치한 한라산 극락사 역시 지난 1928년 8월 백암당 대화상이 유수암 극락오름 서편 자락에서 창건하여 월명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이곳으로 이전한 유서 깊은 가람이다.

극락사 바로 옆 계곡에 있는 장수물.
극락사 바로 옆 계곡에 있는 장수물.

  극락사가 위치한 바로 옆 계곡에는 장수물이 있다. 이곳은 1273년 고려 원종 14년 5월 여몽여합군이 삼별초의 최후 보루인 항파두리성을 공격을 받아 함락되기 직전 김통정 장군이 성 위에서 뛰어내리자 바위에 발자국이 패이면서 그 속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 이곳에서 당시의 치열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극라사를 향해 길을 나선다.

  제주시 애월읍 애원동은 동서남북으로 초록으로 둘러싸인 돌담과 골목사이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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