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명품감귤을 만들어 내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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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명품감귤을 만들어 내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2.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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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이 정겨움과 새로운 풍경이 공존하는 동네
백두산 천지를 닮은 듯 하다하여 불리는 소천지 모습.
백두산 천지를 닮은 듯 하다하여 불리는 소천지 모습.

중년의 50대. 평생을 앞만 보며 삶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여 우정을 위한 올레 트래킹을 떠났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 효돈천 하구 쇠소깍 올레 6코스 시작점이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올레를 바다냄새를 맡으며 걷는 걸음은 평안만하다.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를 헤치고 테왁, 망사리, 빗창을 옆에 끼고 물속으로 뛰어들던 서귀포 해녀삼춘들이 걸었던 서귀포 칠십 리 길이 이제는 올레꾼들이 주목받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제지기 오름과 섶섬이 있는 보목포구에 이르렀다.

서귀포의 명품 관광코스인 올레 6코스를 걷고 있는 모습.
서귀포의 명품 관광코스인 올레 6코스를 걷고 있는 모습.

보목동을 통과하는 쇠소깍에서 시작되어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올레 6코스는 서귀포의 또 하나의 명품 관광코스이다.

보목의 옛 지명은 '볼래낭개'로 불렸다. 볼래나무가 많은 포구라는 뜻으로 앞 바다에는 섶섬이 떠 있고 뒤로 돌아보면 제지기 오름이 있다. 그 가운데 보목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섭섬이 보이는 보목동 앞 바다 모습.
섭섬이 보이는 보목동 앞 바다 모습.

따뜻한 남쪽 동네 보목동. 오래된 것들이 정겨움과 새로운 풍경이 공존하는 동네 서귀포시 보목동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이 가장 따뜻한 동네이다. 이곳은 겨울이면 한라산이 북풍한설을 막아주어 제주의 다른 지역보다도 2~3도가 더 높다. 재미있는 현상은 제주시가 영하의 날씨로 눈보라가 휘날릴 때는 이곳에는 러닝 바람으로 외출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는 한라산 북쪽이 눈이 내릴 때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라산을 넘으면서 푄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따뜻한 지역적인 환경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감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맛과 품질이 더 우수하여 명품으로 이름이 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으로 보리, 조, 콩, 고구마, 유채 등을 재배해 오다가 1950년대 이후부터 감귤재배의 붐을 이루면서 바나나, 파인애풀, 화훼농업이 발달했다. 또한, 바다와 인접해 있는 입지적 조건을 이용하여 양식장도 조성되어 있다. 마을의 면적은 다른 마을에 비하여 경지면적이 작아 생활력이 강한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자연조건을 의지로 극복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초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보목포구에 도착하자 두꺼운 겉옷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행들은 벗기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대로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한 곳임을 몸소 느낄 수가 있다. 제지기 오름 곁을 돌아 큰길가로 나오자 마을의 중심부를 흐르는 '정술내'가 마을을 동서로 나누어 놓는다. 이 내 천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누어져 취락이 형성되고 있다. 동(쪽)동네는 지형이 낮고 해풍의 영향으로 수목이 잘 자라지 못해 어업에 의존도가 높고, 섯(쪽)동네는 지대가 높고 토질이 비옥하여 숲이 우거져 있어 농업에 생활의존도가 높다.

보목마을은 제주의 최남단에 위치하여 남해로 돌출된 해안마을로 동쪽으로는 절오름이 큰 봉우리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고, 해안선을 끼고 만을 이루면서 베게포구, 둔부소, 엉캐물, 연대기, 큰개머리, 조근개, 동애기, 섬도코지, 구두미, 수루막, 누알, 성알, 쌈싸니코지, 소래개, 방석덕, 귀영어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밀 조밀한 포구가 형성되어 일찍이 이 마을 사람들이 바다와 함께 살아온 생활 터전임을 알 수 있다.

보목동은 언제부터 사람이 들어와 살았는지 기록은 없지만, 구전으로 고막곳과 통물동산 일대에 백씨와 조씨가 들어와 살았다고 전한다. 그 후 1660년경 '청주 한씨'가 제지기 오름 서쪽 정술내 부근에 들어오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타지역 주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면서 인구가 점차 증가하였다고 전한다.

보목동은 감귤과 화훼로도 유명하지만, 자리돔은 이곳의 또 하나의 명물이다. 포구 주변으로 길게 늘어진 음식점은 모두가 보목 자리돔의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다. 여름철의 별미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자리물회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 때문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의 자리돔에 대한 사랑은 보목동 앞에 있는 지귀도 부근에서 잡히는 보목자리가 살이 부드러워서 물회에 좋고, 가파도 거친 바다에서 잡히는 모슬포 자리는 뼈가 억세어 구이에 좋다고 한다.

보목동은 해안에 위치한 마을로 옛날부터 농사뿐만 아니라 바다를 통해서 생업을 이어나갔다. 해녀들은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살았고, 어부들은 오래전부터 테우를 이용하여 자리돔을 잡아서 생활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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