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新舊間)을 아시나요
상태바
신구간(新舊間)을 아시나요
  • 김용덕 기자
  • 승인 2020.02.01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덕 제주관광신문 편집인
김용덕 제주관광신문 편집인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제주에만 있는 특유의 풍속 신구간(新舊間)이 있다. 지금 이 시기다.

신구간은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새로 시작하는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인간이 사는 지상에 하늘의 신들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며 이사나 집수리 등을 하는 제주 특유의 세시풍속이다.

신구간 그 유래를 말하면 다음과 같다.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고대로부터 전해온 풍속이다. 기록에 따르면 1737년(영조 13)에 지백원(池百源)이 지은 '천기대요(天機大要)'에서 유래한다.

'천기대요'에 세관교승(歲官交承)이라는 항목이 있다. 한 마디로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이다(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 라고 돼 있다.

오문복의 '풍천약사(豐川略史)'에도 '천기대요' 세관교승조에 따르면,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은 '신구세관(新舊歲官)'을 교체하는 때"라 하고 있다. 송상조의 '제주말 큰 사전'에는 신구간에 대해 조금 다른 기록이 있다.

"신구간은 절기상으로도 대한 후 7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6일 동안의 기간이며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손이 없다고 믿고 주로 이사를 가고, 집안에서 '동티'가 두려워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어서 집안을 뜯고 고치고 하는 기간"이라 하고 있다.

제주는 1만8000 신들의 고향이다.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하늘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관장하다가 신구간에 임무를 다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어 왔다.

새해에 새로 부임하는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새해의 직책을 맡고 지상에 내려오기 전, 하늘로 올라간 신들이 내려오기 전에 지상에는 신들이 부재(不在)하는 기간이 생기게 된다. 이때는 그해의 운수가 불길하거나 길일(吉日)이 없어 채 이루지 못한 건축·수리·면례(緬禮)·이사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일을 날을 가리지 않고 시행할 수 있다.

이 때는 집안의 모든 신, 심지어는 칙간(厠間-변소)의 신까지 옥황상제에게 인사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 지상에 없기 때문에, 변소를 고쳐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이 때는 헌집을 고치고 새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부정한 일을 하거나 쓰레기를 태워도 동티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神)들이 부재하는 동안 일어난 일은 새로 부임하는 신들에게 모두 용납된다.

신구간이 지나면 추위가 가고 새날 입춘을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신구간은 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겨울나기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제주의 민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이 '신구간'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모든 지상의 일을 신적 조화로 믿고 평소에 꺼리는 일들을 손보아도 무탈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평상시에 이러한 일들을 저질렀다가는 동티가 나서 그 집에 큰 가환이 닥치고 액운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믿었다.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이사나 집수리를 할 때 반드시 이 신구간을 찾았다. 동티 없는 날, 신구간은 어떻게 보면 제주사람들의 지혜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