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통 민속이 살아 숨 쉬는 독특한 문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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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전통 민속이 살아 숨 쉬는 독특한 문화 축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3.0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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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지정 축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 자매도시 참가
국내 최대 규모 불놀이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매년 개최되는 제주 목축문화를 계승하고 재현한 들불축제 모습.
국내 최대 규모 불놀이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매년 개최되는 제주 목축문화를 계승하고 재현한 들불축제 모습.

국내 최대 규모 불놀이 '2020 제주들불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었다. 제주들불축제는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매년 개최되는 제주 목축문화를 계승하고 재현한 들불축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 중산간 마을에서는 집마다 두세 마리 정도의 소나 말을 기르고 밭을 갈아왔다. 농번기가 끝나면 중산간 지역 마을 공동목장에 소를 방목했다. 봄에는 마을마다 소를 기르는 가구들이 윤번제로 돌아가며 아침 일찍 소를 끌고 야초를 먹이러 다니던 풍습이 흔했다. 소를 먹일 풀을 먹이려면 양질의 초지가 필요했기에 중산간 마을에 살았던 제주 사람들은 좋은 목초지를 찾아다녔다.

이를 위해 제주 사람들은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마을별로 들판에 불을 놓았다. 이렇게 불을 놓는 것을 '들불 놓기'라 하고 제주 사투리로 '방애(화입)'라고 한다. 묵은 목초지에 불을 놓으면 목야지가 깨끗해지고 진드기 등 병충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불탄 잡풀은 재가 되어 거름이 됐다. 새로 돋아난 목초는 연하고 부드러워 영양가가 높아 소와 말들을 살찌웠다.

제주시에도 오래전에 들불 놓기로 유명했던 곳은 오라컨트리클럽이 있는 오라동 방선문 일대이다. 철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지만, 특히 봄철의 진달래꽃은 영주 12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고 소문난 방선문 주변은 제주 시내에서 대단위 목장 지대였다. 진달래가 피기 전 제주시 오라동과 연동 사람들이 대단위로 들에 불을 놓으면 몇 날 며칠 불탔다. 그 불꽃이 끝나고 고사리 장마가 시작되면 까맣던 들판이 파릇파릇한 싱싱한 풀이 돋아나고 방선문 계곡은 진달래꽃으로 덮였다. 이곳뿐만 아니라 이 때쯤이면 제주도 전역이 화염에 휩싸이며 새봄을 맞이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정부에서 산불 위험과 지력 약화를 이유로 전국의 모든 산에 불을 놓는 행위를 금지함에 따라 제주의 방애도 점차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선출되면서 제주도 옛 북제주군(현재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편입)이 전국에서 최초로 산에서의 화입 행위를 허용하자 방애가 다시 등장했다.

1997년 북제주군에서는 새해 첫 대보름날을 맞아 66만㎡ 규모의 드넓은 목장에 큰불을 놓아 무사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 속에서 행복과 복을 염원하기 위해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로 승화시켰다. 이는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았던 '방애'라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재현하여 관광 상품화한 문화관광축제가 됐다.

들불 축제가 시작된 후 3회째부터는 겨울철 대표 축제로 발전했다. 그 명성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국외에까지 알려지게 되면서 8회째부터 문화관광부 지정 축제로 승격되었다. 축제전문잡지 '참살이'에 '제주들불축제'를 몇 번씩 전국 가볼만한 축제 1위로 선정될 만큼 전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로 명성이 높아가고 있다. 이로써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의 새봄을 알리는 희망의 축제로 더욱 다채롭고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산야가 불에 타는 광경이 볼거리가 되면서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축제로 승화된 제주들불축제가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시초다. 처음으로 축제를 개최한 해인 1997년 이후 매년 한 번씩 축제가 열려 2019년까지 열리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 됐다.

들불 축제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된 적은 가끔 있었다. 2009년에는 강풍으로 2012년에는 폭설로 축제 기간을 연장했었고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2011년에는 행사가 완전히 취소된 적도 있었다.

들불 축제가 열리는 애월읍 새별오름은 높이 119m, 둘레 2,713m, 면적 52만2216㎡이다. 이 가운데 들불이 타는 면적은 30만㎡로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다.

제주 선인들은 험난한 자연환경을 인내와 도전 정신으로 극복하여 왔고, 또 자연에 순응하며 지혜롭게 역사를 일구어 오는 동안 제주만의 독특한 민속 문화를 잉태해 왔다.

이러한 옛 생활풍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계승, 발전시킨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의 전통 민속이 살아 숨 쉬는 독특한 축제로, 국내 도시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 자매도시가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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