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해군기지, 국가권력 불법 총동원...'강경진압․인권침해' 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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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해군기지, 국가권력 불법 총동원...'강경진압․인권침해' 사실로
  • 진순현 기자
  • 승인 2019.05.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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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주도 사과 및 경찰, 해군, 국정원 등 진상규명 촉구
제주도, 공정성 결여한 일방적 해군기지 유치 결정
강정마을 투표함 탈취사건에 해군 개입
경찰, 해군기지 건설 반대주민 과잉 진압

강정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청와대 뿐만 아니라 해군,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국가 공권력이 총동원됐다는 사실이 12년 만에 만천하에 드러났다.

폭행, 주민회유, 여론조작, 투표함 탈취, 반대운동 강경진압 및 인권침해 등 그동안 강정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한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해군기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배제한 채 비민주적 절차로 일방적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사실에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 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간 조사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의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2007년 4월 8일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윤태정 강정마을회장을 만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다음달 중 여론조사로 최종후보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같은 해 4월 26일 윤 회장은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10%도 못미치는 찬성측 소수의 주민 소집해 해군기지 유치를 전격 결정했다. 진상조사위는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임시총회는 향약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고, 총회 의제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돼 상정됐다"며 "결국 제주도에서 실시한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는 해당마을의 여론반영이 사실상 배제된 채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그 해 6월 19일 강정마을은 임시총회 주민투표를 통해 해군기지 찬반투표를 하려고 했다.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이 사전 모의해 투표를 무산시켰다.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

두달 뒤 8월 20일 강정마을 임시총회・주민투표가 다시 예정됐다. 해군과 해군기지 찬성 측은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시켰다.

또 진상조사위는 해군기지 건설 결정 이후 제주도·해군·서귀포시·국정원·제주지방경찰청 등 경찰 및 유관기관들의 ‘유치반대위’의 활동을 약화하기 위한 활동이 적정 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2008년 9월 17일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회의를 가졌다. 논의 내용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 등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대책이었다.

당시 제주도 환경부지사는 추진단계에서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로 공권력의 협조를 부탁했다. 더 나아가 해군이 주도해서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치행정국장은 해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환경영향평가서 동의 과정에서 의회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경찰은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시위에 대해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했으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체포·연행된 사람은 모두 697명이다.

조사 결과, 경찰은 해군기지 반대 측에 폭행,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가 10여건이 넘었다.

해군의 경우 행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 지원,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찬반양론으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된 강정 주민들을 더욱 분열시켰다.

해경은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고의적으로 카약을 전복시키며, 해상의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신고자를 체포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서슴치 않았으며,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는 인터넷 댓글 활동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도와 의회는 제주해군기지 후보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 되었음에도 강행했다. 제주도 자치행정국장이 환경영향평가서 동의 과정에서 의회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색한 결과다.

진상조사위는 “정부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것을 사과하라”며 “또한 제주도도 해군기지를 강정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모으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사실 등을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경찰, 해군, 해경, 국정원 등에 대해서는 역할 및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할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강정마을회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치유책과 향후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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