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언어로 문학화 시킨 김순관 '화양연화(花樣年華)'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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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언어로 문학화 시킨 김순관 '화양연화(花樣年華)'개인전 개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9.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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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좌절, 애환과 희망, 그리고 갈등의 기록
그림 언어로 문학화 시킨 김순관 '화양연화(花樣年華)'개인전 포스터.
그림 언어로 문학화 시킨 김순관 '화양연화(花樣年華)'개인전 포스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는 구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천둥도 먹구름 속에서 울고 나니 내 누님같이 원숙하고 지적인 예쁜 국화꽃이 피웠던 '국화 옆에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인생에서 꽃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김순관 작가가 캔버스에 풀어놓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날을 자성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치열한 삶 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인격체가 40년 후의 완숙된 모습을 그림 언어로 문학화 시킨 김순관 작가 개인전이 지난 10일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예술공간 이아 B1 전시실1에서 열리고 있다. 

김순관 작가는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나의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 그 길 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애정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반성과 염원의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라고 한다.

김순관 작가는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졸업 후 그는 서귀포 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술 교사로 출발하여 애월고 교장, 그리고 도 교육청 장학사와 교육국장을 두루 거치며 37년간의 교육 현장을 지키다가 지난 2018년에 정년을 맞이했다. 교직에 있을 때는 6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96년도엔 대구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 청년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도엔 한국미술협회 제주지회장을 맡아 제주미술인들의 권익과 협회발전을 위해 봉사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07년도 문예회관 개인전 이후 1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미술 교사에서 작가 김순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2020 예술공간 이아 전시 초청 전시 공모' 사업에 선정된 전시이다. 코로나19 국면에 발표의 장이 축소되고 제한되는 시기에 사회적으로 힘든 예술가의 창작활동 지원 사업이다. 김순관 작가가 붓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지내오면서 그 삶을 담담히 고백하듯이 보여주는 '화양연화(花樣年華)' 주제로 한 유화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그동안 김순관 작가가 평생을 자신만의 색깔과 물감의 소재를 연구 개발한 아연을 가지고 그림 표면에 거칠 듯 매끄럽고, 울퉁불퉁함을 느낄 수 있는 촉각과 시각적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검정과 흰색의 혼합된 황금비에 따라 회색조의 색상을 통해 작가 특유의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회화적 접근법을 살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화양연화(和樣年華)-염원, 2019
화양연화(和樣年華)-염원, 2019

화양연화의 주제가 말해주듯 이번 김순관 작가는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나이인 '이순'을 넘기면서 지난 40년의 시간 동안 겪어온 꿈과 좌절, 애환과 희망, 그리고 갈등의 기록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꽃과 같이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을 화해와 상생을 반추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고스란히 화폭에 담았다. 다시 말하면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간의 덮게 위에 쌓인 자신의 겪었던 삶의 무수한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화폭에 풀어놓고 있다. 거기에는 위대한 고승이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날 때 화려한 꽃상여도 없이 평생을 수행하며 걸쳤던 가사 한 장으로 생을 마감하는 구도자의 모습에서 작가는 큰 울림을 얻은듯하다.

화양연화(和樣年華)-삶의 뒷모습, oil on canvas, 162.2 × 260.6㎝, 2020
화양연화(和樣年華)-삶의 뒷모습, oil on canvas, 162.2 × 260.6㎝, 2020

자신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 물음에 자신의 지난 세월을 홀로 맨손과 맨주먹 하나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랜 방황과 번민을 거치면서 서정주 선생이 말했듯이 아름다운 국화꽃을 피운 자신과 동시대를 함께한 사람들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김순관 작가는 "가족과 이웃, 존재하면서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 스쳐 지나갔지만, 나의 사유와 세계관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화면에 담았다"며 "삶을 살아가면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누구나 존재한다. 자주 생각나는 기억, 생각만 해도 미소 짓고 달콤하고 씁쓸한 기억들이 삶이 점점 길어지면서 과거 회상에 잠기곤 한다"라면서 이어 그는 "이런 것들이 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고, 이 모든 것이 화양연화이다"라고 끝을 맺었다.

전시장소 : 제주시 삼도2동 예술공간 이아, B1 전시실 1.
문의 : 064) 800-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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